
아침 일찍 중국 대사관 근처에서 볼일을 본 후 중앙우체국 맞은편에 있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가보았다. 항상 지나치기만 했지 제대로 가본 적이 없어 마침 시간도 있고 해서 들려볼 참이었다. 가보니 오전 10시에 개관이라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멋진 외부를 둘러보며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바로 아래 지하에 있는 회현 지하상가를 슬슬 구경했다.
어렸을 적 취미로 우표와 화폐수집을 해서 용돈만 생기면 방문하던 곳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가게들을 둘러보며 풋풋했던 소년 시절을 잠시 반추해 보았다.

시간이 다되어 다시 박물관으로 향했다. 10시 오픈 시간을 딱 맞추어 오늘의 첫 번째 방문객이 되었다. 직원 외에 아무도 없는 공간에 들어서니 그 여유로움이 넉넉하게 느껴졌다. 잠시 위아래를 둘러보니 천장으론 화려한 샹들리에 3개가 있고 2층으론 사방을 두른 하얀 회랑의 기둥이 조화롭게 나열해 있다. 1층 전시장은 좌우대칭으로 되어있었는데 왼쪽은 한국화폐 오른쪽은 외국화폐 전시장으로 되어있다.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화폐의 변천사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오른쪽으로 가보면 대표적인 외국의 화폐도 잘 전시되어 있다. 미국에서 편의점 비즈니스를 하면서 정말 많은 돈을 받아봤지만 이렇게 일련번호가 특이한 건 몇 장 찾지 못했다. 대신 녹색 도장 외에 파란색, 빨간색으로 되어 있는 비교적 깨끗한 지폐는 여러 장 모아 놓았다.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고 도서관 같은 어린이 경제 교육을 하는 곳도 있고 한쪽으론 기념품을 파는 작은 코너도 있다.

1층 회랑을 둘러서 2층으로 가는 길에 상평통보에 대한 기획 코너가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당백전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읽어보니 지금 현재의 상황과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층에 올라가면 구 한국은행에 대한 모형과 설명이 있고 모 건축학과 교수님이 한국은행 건물의 유래와 가치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는 영상이 계속 반복된다.


옆으로 가보면 한국은행 총재의 사무실과 금융통화위원들이 금리를 논의하는 회의실이 접해있다. 1987년 신청사가 지어지기 전까지는 바로 여기서 국가 경제의 중요한 내용들이 논의되었을 것이다.

실제 금고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방도 있다.


2층의 한편에는 "사유와 산책 - 이어진 길"이라는 상설전에서 근대 화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사시화색"이라는 화폐 기획전도 함께 열리고 있다. 나는 이상범의 <아산귀로>라는 작품이 가장 좋았다.

인생 네 컷처럼 부스에 들어가서 원하는 지폐를 선택하고 사진을 찍으면 본인의 사진을 넣어 기념품으로 출력해 준다. 재미가 있다.

두 시간여를 둘러보고 나왔다. 역시 내국인보단 외국인 방문객이 많았다. 도심 한가운데서 잠시 피서와 함께 여유를 누리기에 이만한 장소도 없는 것 같다. 근처에 볼 일이 있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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