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 부부가 자축할 일도 있고 해서 특별히 저녁 외식을 하기로 했다. 어디로 가볼까 하고 아침부터 열심히 검색을 하면서 의견 교환을 하다가 하루 종일 비도 주룩주룩 내리고 왠지 뜨끈한 국물도 생각나고 요즘 건강 관리 한답시고 매번 소식을 하다 보니 식탐도 되살아나고 여기에 외식을 빌미로 마음껏 먹어보겠다는 꼼수가 더해져 요즘 창업 아이템으로 핫하기 핫한 샤부샤부 무한리필을 저녁 메뉴로 선택했다. 물망에 오른 다른 점포들과 가성비와 가심비를 포함, 위치나 시설 등등을 고려해 낙점된 곳은 바로 샤브올데이 평촌점이었다.
유연근무로 조기퇴근한 아내와 함께 바람까지 부는 빗길을 뚫고 갔다. 먹겠다는 일념에 이 정도 날씨는 언제나 문제 되지 않는다. 단, 웨이팅은 피하고 싶어 발길을 재촉하긴 했다.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고 직장인들 퇴근 시간이 6시임을 고려하면 우린 늦어도 6시 초반에는 당도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도착한 건물에서 코 앞에 있었던 입구를 놓치고 빙빙 돌다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원래 대기가 많은지 점포 앞 공간이 모두 대기의자로 가득했다. 모퉁이를 돌아 입구에 도착하니 빈자리가 있어 계획대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말에 오픈한 신규점포여서 그런지 새것 냄새가 폴폴 나는 깨끗한 매장이었다. 6시를 갓 넘긴 시간이었는데도 거의 삼분의 이가 차 있을 만큼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우리가 앉고 나서도 손님이 계속 오더니 금세 만석이 되었다.
테이블에 앉아 이제는 좀 익숙해진 주문 단말기로 주문을 했다. 뷔페니깐 금액은 이미 정해져 있고 샤부샤부의 2가지 육수 선택과와 주류 같이 따로 주문해야 하는 품목만 고르면 되는 거였다. 스페셜 육수 등에는 2~3천의 추가 요금이 있었지만 우리에겐 딱히 매력적이진 않아서 일반 육수 순한 맛, 매콤한 맛 2가지로 선택했다. 오픈 스페셜로 무제한 맥주가 50% 할인하여 1800원에 제공되는 어마어마한 특혜가 있어 마실지 말지를 심각히 고민했지만 술도 좀 자제해야 할 것 같았고 배도 너무 부를 것 같아 그냥 음식에 집중하기로 했다.
주문을 해놓고 샤부샤부와 월남쌈에 넣을 야채를 가져오고 또다시 삼겹살, 간장치킨, 튀김 등등 기본 뷔페로 제공되는 음식과 또 내가 애정하는 떡볶이는 따로 많이 담아서 가져왔다. 돌아오니 자리에 반반육수와 기본 고기가 세팅되어 있었다.
슬슬 끓는 육수에 야채부터 듬뿍 넣어놓고 팔팔 끓기를 기다리며 가져다 놓은 음식과 월남쌈을 먹기 시작했다. 미국에 있을 때 텃밭에 있던 야채로 여름에 자주 만들어 먹었던 월남쌈이었는데 한국에선 따로 준비해서 먹기가 만만치 않았는데 이렇게 외식으로 편하게 먹으니 좋았다. 삼겹살과 야채를 넣어서 몇 차례 말아서 먹고 떡볶이 국물에 튀김도 적셔먹고 맘껏 먹는 즐거움에 흐뭇했다.

이젠 야채도 숨이 죽고 육수도 팔팔 잘 끓어서 고기를 넣어 본격적으로 샤부샤부를 먹었다. 고기를 넣고 휘휘 졌다 보니 찍어 먹을 소스가 부족해서 재차 만들러 일어났다. 이게 앉아서 먹는 건지 아님 서서 먹는 건지... 먹으려면 부지런히 매번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게 먹으면서 소화가 될 판이다. 쓰여진 레시피대로 만든 소스를 먹어보니 칼칼하니 아주 맛이 좋았다. 여기에 잘 익은 고기를 찍어서 한입 먹으니 간도 딱 맞고 아주 별미가 따로 없다. 고기도 먹고 야채도 먹고 여러 차례 고기를 리필로 채워가며 마음껏 먹었다.
슬슬 먹는 속도가 느려지고 육수도 줄어드는 게 이젠 죽을 만들어 먹을 시간이었다. 육수를 자작하게 덜어 놓고 밥과 야채 남은 것, 계란, 김가루를 넣고 자글 하게 끓이고 졸여서 죽을 만들었다. 작은 한 그릇을 아내에게 덜어주었더니 배가 부르다고 손사래를 친다. 만들어 놓은 죄? 가 있으니 내가 먹을 수밖에...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남겨진 음식들이 너무 아깝다. 양껏 먹는 건 좋은데 항상 내 예상과 용량이 불일치하니 다들 푸짐하게 담아놓고 소화를 못 시킨다. 이런 생각에 평소에도 잔반 없이 다 먹으려는 편인데도 조금이라도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죽어서 저승 가면 죄다 먹어야 한다던데 남긴 밥으로 죄받을까 두려웠다.
이젠 마지막으로 입가심 타임이었다. 대기 손님이 있는 조건으로 100분의 이용 제한시간에 대한 은근한 압박도 있고 이젠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싶어 엊그제 예능에 PPL로 등장했던 망고빙수와 정통 팥빙수로 피날레를 찍었다. 뜨거운 음식 먹고 차가운 디저트로 마무리하니 뭔가 음양의 조화인 듯 깔끔한 마무리가 되었다.
다 먹고 일어나니 앉아 있을 때보다 배가 더 부른 느낌이었다. 좀 어정쩡한 자세로 계산을 하려 하니 온누리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단다. 아직 오픈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매출조건이 달성되지 않아서 결제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아마 조만간 쓸 수 없겠지만 어쨌든 10% 할인된 가격으로 먹은 셈이 되었다.
계산하고 나오니 대기 손님이 아직도 많았다. 비 오는 평일 저녁이 이런데 주말엔 어떨는지... 난 감히 엄두를 못 낼 것 같았다. 그나저나 나도 얼마 전까지 장사를 했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새로 오픈한 점포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는 한데... 샤브올데이가 명륜진사갈비로 이미 성공한 명륜당이란 회사의 추가 브랜드이고 이 회사가 대규모 창업비 조달을 위해 몇 명의 가맹점주를 모아 하나의 가게로 창업하고 또 금융지원이란 명목으로 저리로 조달한 돈을 고리로 점주에게 재융자하는 특이한 방법을 쓰고 있어서 자칫하면 가맹점주들만 열심히 일하고 소위 "죽 쒀서 뭐주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어서 어떨런지 모르겠다.
비하인드 내막이야 그렇고 어쨌든 요즘 같은 물가에 3만 원 내고 이 정도 먹을 수 있다면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가족이나 친목모임에는 적당히 좋을 것 같고 사귄 지 얼마 안 되는 커플에겐 별로일 거 같다. 아까 우리 테이블 건너편에 딱 봐도 어색해 보이는 커플이 있던데... 눈치가 서로 많이 못 먹는 거 같았다.
'여행 > 맛집 탐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울 광화문] 미진 (2025.11.11) (0) | 2025.11.12 |
|---|---|
| [서울 마포] 우이락 (2025.11.05) (0) | 2025.11.06 |
| [서울 회현] 심원 (2025.06.27) (0) | 2025.07.01 |
| [경기 안양] 부산 가야밀면 (2025.06.21) (7) | 2025.06.24 |
| [서울 강남] 농민 백암순대 본점 (2025.06.19) (3) | 2025.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