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언제라도, 동해'라는 책을 읽고 호기심이 동해, 동해로 향했다. 대부분 열차는 청량리역에서 출발하지만 오전, 오후 하루 2번 서울역에서도 있다. 잠시나마 차창으로 펼쳐진 바다를 보고 싶다면 A, B석을 예약해야 한다.

2시간 반 후 바다를 뒤로한 묵호역에 도착했다. 역사가 작고 소박하여 아기자기하게 정겨웠다.


도착 후 점심으로 장칼국수를 먹었다. 추운 날씨에 따듯하고 칼칼한 국물을 먹으니 몸이 스르륵 녹았다. 밤새 허기와 추위로 고생한 어부들이 후루룩 즐겨 먹었다던 음식의 유래에 공감했다.



가까운 논골담길에 올랐다. 촘촘한 집들 사이로 좁은 골목이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졌다. 화려한 색을 입은 담벼락을 둘러보며 조금 오르니 금세 묵호항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묵호항의 상징, 입장이 가능해서 묵호등대에 올랐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광활하게 펼쳐진 짙푸른 동해 바다가 압권이었다. 마음도 같이 넓어졌다. 왠지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어린 왕자가 숨어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등대와 이어져 도째비골이 있다. 동해시가 논골담 옆 골짜기에 만든 테마파크(?)다. 입장료 3천원을 받고 지역상품권 천원을 돌려주었다. 스카이밸리의 군더더기 없는 전망은 일품이었지만 입장료는 동해시 발전기금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택시로 숙소가 있는 동해시로 이동했다. 생선보다는 해물이 먹고 싶어 검색하다 찾은 곳. 홍대포. 가격은 좀 있지만 튼실한 활문어가 압도하는 해신탕은 탁월했다. 몸보신이 절로 될듯한 시원하고 담백한 맛에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식사 후 마트에 들러 지역 특산 '지장수 막걸리'를 한병 사서 숙소에서 마셨다. 씁쓸한 뒷맛이 인상적이었다.



일박을 하고 한섬 해변을 둘러보면서 해파랑길을 따라 묵호 쪽으로 바닷길을 걸었다. 오른편으론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가, 왼편으론 기찻길이 길게 놓여있다. 두 경계선 사이를 가로지르며 매섭지만 청량한 겨울바다를 만끽했다. 아스라한 묵호항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평화로웠다.

어제 오후 눈여겨봤던 비비소 식당에 갔지만 이미 긴 줄이었다. 기다릴까 말까 고민하다 줄을 섰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특이했지만 특별하진 않았다. 일박 이일 여행에 한 시간은 과했다. 사장님은 친절하였다.

식사 후 아내와 함께 식당 어귀에 있는 아무 카페에 들어갔다. 쉴 곳이 필요했다. 라테를 한 모금, 따뜻하고 조용한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몸이 나른했다. 가져온 책을 폈지만 꾸벅꾸벅. 달콤했다. 아내는 조는 나를 위해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기차 시간이 다가와 나선 길에 여행작가이자 '언제라도, 동해'의 저자가 운영하는 '잔잔하게'에 들렸다. 감성이 물씬 풍기는 따듯한 느낌이 훈훈한 난로만큼이나 따듯했다. 여행책이 많은 곳답게 꿈으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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